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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씨가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 참석, 아들 카이와 함께 분향하고 있다.
 김준형씨가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 참석, 아들 카이와 함께 분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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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살인 카이가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연단 위에 섰다. 줄 서 있는 내내 몸을 배배 꼬며 아빠를 귀찮게 하던 카이였지만, 연단 위에 오르자 이내 얌전해졌다. 영문을 모른 채 신기한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카이의 시선이 정면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에 꽂혔다.

영정 사진 한 번 쳐다보고, 향 피우는 아빠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영정 사진 한 번 쳐다보고, 머리 숙여 묵념하는 아빠 한 번 쳐다보고. 그렇게 카이는 아빠와 함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분향을 마쳤다.

아들 카이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아빠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이 21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원불교 뉴욕교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카이를 비롯해 뉴욕·뉴저지·보스턴·필라델피아 등에서 온 40여 명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 및 일반 시민들이 참석했다.

카이의 아빠 김준형(40·뉴저지)씨는 노사모 원년 멤버다. 해외노사모 결성 당시 해외노사모 웹사이트를 김씨가 만들었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해외노사모는 이제 유명무실해졌다. 노 전 대통령마저 2년 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아들 카이에게 해 줄 얘기가 많다.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노무현이라는 존재와 그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에 작게나마 힘을 보탰던 제 활동들은 두고두고 저희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에 대한 기억이 될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서 한 시민이 분향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서 한 시민이 분향하고 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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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인 김씨에겐 특히 올해 추모식의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1주기 추모식이 '슬픔과 분노'의 연장선이었다면, 올해 2주기 추모식은 '기대 섞인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부터 해외동포들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지게 된다. 예전에는 해외동포들, 특히 재미동포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여겼는데, 노 대통령의 서거와 그 이후, 그렇지 않는 시각을 가진 분들도 많이 계시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또 노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새롭게 진보적인 시각을 갖게 된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다. 추모식 때 나이 지긋하신 분들, 평생 '조중동'만 보실 것 같은 분들도 많이 오신 것을 봤을 때, 기대 섞인 희망을 가지게 된다."

2012년 총선·대선 재외국민 표심의 향방은? 

평소 한국정치는 그냥 '썩었다'는 식의 막연한 불신을 가지고 있던 해외동포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한국정치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노사모측 김대창씨도 "현재 정치적인 상황 때문인지, 작년 1주기 때에 비해 올해에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추모식에 대한 문의 전화를 걸어오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년 선거에서 재외국민 표심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섣불리 예측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김수복 6·15공동선언실천 뉴욕공동대표는 "실제 해외동포들이 보수적이라는 말은 사실"이라며 "그들이 보는 방송이나 신문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고 문익환 목사의 동생 문동환 목사가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 참석,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고 문익환 목사의 동생 문동환 목사가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 참석,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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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날 추모식 참석자들은 국내에서 논의 되고 있는 '진보진영 대연합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 문익환 목사의 동생인 '떠돌이 신학자' 문동환 목사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민주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러 그룹으로 흩어져서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가 뭔가? 민주화와 남북통일 아닌가. 큰 목표를 보며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아직도 자기들의 사사로운 이익만을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문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내년 총선·대선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재외국민은 229만5000명(2010년 중앙선관위 추정)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여야는 일찌감치 재외국민표를 잡기 위해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9년 7월 중앙당 사무처에 재외국민국을 신설했고, 민주당은 2010년 재외국민 정책자문기관인 세계한인민주주의회의를 설립했다. 특히 유력 대선후보의 후견인이나 지지모임의 대표자를 자임하는 세력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혼탁·과열 선거마저 우려되고 있다. 

한편 이날 추모 행사는 추모 동영상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상영, 추모시 '5월의 슬픈 무궁화-이설영' 낭송, 추모사(문동환 목사) 낭독, 헌화와 분향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상록수'를 합창했다. 일부 참석자는 추모 동영상 중 문성근씨의 목소리로 소개된 노 전 대통령의 유서 내용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서 한 시민이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상록수'를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합창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식에서 한 시민이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상록수'를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합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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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무현, #노무현 추모, #재외국민 참정권, #노무현?전?대통령서거, #진보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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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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