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문학뉴스]연재-배문석 시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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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문학뉴스]연재-배문석 시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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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석 시인의 시향"




여자의 동화


            배문석


여자의 경전은 거울 속에 있다
시시 때때로 불안하면 꺼내보는 아니,
무료할 때도 궁금해지는 거울 속 피안
거긴 안보고도 줄줄 외는 경전이 깔려있다

다리를 외로 꼬고 넌지시 가방을 열면
경전 읽을 준비는 끝난다
잠시 묵시의 기도가 손끝에 잡히면
잽싸게 꺼낸 컴팩트를 가볍게 손에 쥐고
독도법 읽히듯 두들겨야할 부위를 훑는다

‘그래 여기부터 펴야지’이윽고
서서히 문지르고 두들기기 삼매경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모르겠는 속마음
풀릴 때까지 두들기며 다듬어간다

숙명 같은 아름다움을 흠모한 탓에
거울 속 경전을 들여다보고
마음의 색조를 입혀간다
한석봉 어머니가 떡을 썰 듯
도톰한 붓을 들고 색조 화장에 손바람을 넣는다

흔들리는 차에서도 묘기의 눈썹그리기와 속눈썹 세우기
그 경지에 이른 눈썰미는 절정을 향한다
손톱눈만큼도 삐뚤어지면 안 될
섬세하고 우아한 아이라인 그리기
이쯤 되면 여자의 경전은 절창에 이른다

그러다가 문득 비문 속 비대칭 묘수를 발견하면
곧 바로 첨삭의 수순을 밟고
그녀만의 비법으로 콧날을 세워간다


비법 한 수를 펼치고 마침내 입술에 립스틱이 올라가면
드디어 비너스의 화신을 꿈꾼다

몇 번의 색조를 덧입힌 입 꼬리 치켜 올리며
마지막 앞머리 몇 가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두 가닥으로 나눴다가 내키지 않으면
다시 변검처럼 머리를 흔들어 머릿결을 섞은 다음
세 가닥과 네 가닥으로 나뉘기를 너 댓 번
마침내 거울 안에 몰입된 얼굴을 들여다보고
경전 읽기가 잘 되었음으로
변술은 끝,
어느 기다림쪽으로 끌려가는 발걸음이 지하철문을 나선다

경쾌한 콧노래가 구두 굽에 깔린
그녀의 하루는 무지개 위를 걷는 마돈나의 유화가 된다
누구도 넘보지 못할
감춰진 비술을 손가방에 짊어지고.




[배문석 시인 약력]
 
시인, 자연 생태연구가, 칼럼니스트.
(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영등포지부 명예회장,
한국문학신문 편집위원,
계간문예작가회 상임이사,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상임이사,
(사)남촌문화예술포럼 부이사장,
선진문학작가협회 고문,
시와 늪 심사위원,
(사)한국문예술학술저작권협회 징계위원,
대한민국문화예술인사편찬위원회 이사장,
문학과학통섭포럼 상임대표,
마마세계저울박물관 이사장.
강촌예술공간 관장,
(사)한국문협 한국문학관건립위원장 역임,
시집(詩가 된 물고기 世上) 外 다수
수상: 제1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제8회 해양문학상(해양수산부 해양재단),
국보문학 대상.
계간문예작가상 수상



취재-권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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